그 사람을 가졌는가
함석헌
만리 길 나서는 길
처자를 내맡기며
맘 놓고 갈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맘이야'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던 배 꺼지는 시간
구명대 서로 사양하며
'너만은 제발 살아다오'할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불의(不義)의 사형장에서
'다 죽여도 너희 세상 빛을 위해
저만은 살려두거라' 일러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잊지 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 때
'저 하나 있으니'하며
빙긋이 웃고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의 찬성보다도
'아니'하며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
알뜰한 유혹 물리치게 되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 시집「수평선 너머」(한길,2009)
예전에 친하게 지내던 형님께서 기억하고 읊조리시던 시를
우연히 페이스북을 통해 다시 접하게 되었다.
최근에 우연히 벌어지는 일들이 제법 있었다.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주려고 사두었던 책이 한참을 주인을 만나지 못하고 있었는데
우연히 제대로 된 주인을 만나서 떠나갔다.
수많은 우연을 통해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그 사람들을 통해
내 삶의 방향이 바뀌는 경우가 많았다고 기억이 한다.
가장 극명한 기억은
우연한 기회에 만난 형을 통해
'스스로 빛나는 돌'이 되고자 결심을 했던 것이다.
지금 생각해도 참 고마운 사람이다.
오늘도 고마운 친구에게 도움을 받았고
고마움을 느꼈고
가까운 거리가 아니라 함께하지 못함에 아쉬워했다.
이런저런 일들을 통해
그리고 우연히 다시 접한 시를 통해
내 짧은 인생을 곱씹어보았고
나는 그 사람을 가졌다는 생각을 했다.
참 고마운 인생이다.
앞으로 더 고맙게 잘 살아야겠다고
다집을 해본다.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봄마중 (0) | 2014.03.13 |
---|---|
봄이 오고 있습니다. (0) | 2014.03.07 |
우산 (0) | 2014.02.18 |
상상 (0) | 2014.02.18 |
밖을 향해있는 시선 (0) | 2014.01.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