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4. 2. 16:21 일상

초점


모든 사진이 선명하게 나올 필요는 없다는 것을 

깨우치기 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많은 시간이 걸렸다는 표현을 쓰는 것도 

조심스러운 이유는 스스로의 노력이 전혀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흔히 쓰는 말로 얻어거렸습니다.


사진을 찍는 것이 좋아지기 시작한 이후로 

누구나 그렇듯이 좋은 결과물을 많이 기대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좋은 결과물은 

물론 

선명한 사진이었습니다.


생각한 구도대로 결과물이 나왔는지 보다는

포커스가 얼마나 정확하게 맞았는가를 먼저 확인했습니다.


곰곰히 생각해 보면 사진만 그랬던 것이 아니었습니다.


삶을 살면서 계획하고 노력을 한다고 해서 

계획대로만 되는 것이 아닌데.

계획대로 되지 않으면 마치 실패한 사진을 삭제하듯이

처음부터 다시 하고 싶어지는 마음에 

하던 일들을 제대로 마무리 하지 못했다는것을 최근에 깨닫게 되었습니다.



오늘도 자동초점인 휴대전화 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면서 

일부러 사진의 초점을 흐리게 찍고는 스스로 만족했습니다.


오늘 바다에 내리는 빛은 

벚꽃처럼 몽글몽글하게 바라보는 것이 더 예뻤기 때문입니다.


초점이 맞지 않은 사진이,

또는 B컷이라 불리는 삭제되는 사진이

늘 실패는 아닙니다.


때와 쓰임에 따라 

초점이 맞은 사진보다 

A컷 보다 더 좋을 때도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인생이 그런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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